▲ 십수년을 고군분투한 철권 이세돌은 지금 고독하다.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하는데 두 판 모두 놓쳤다. 나이가 들면 왜 승부가 힘든지 알 듯하다." 작년 12월 중국 쑤저우에서 벌어진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패배한 뒤 이세돌이 기자단과 식사 중에 한 말이다.
사실 당시 패배는 명인전 olleh배 국수전 등 굵직한 결승 및 타이틀전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살인적인 일정에 피로가 누적되었다는 설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이세돌이 삼성화재배처럼 큰 기전에서는 자신의 능력 120%를 발휘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바둑기자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인 탕웨이싱은 1~2년 전만 해도 이름이 익숙지 않았던 풋내기가 아니었던가.
어제(2일) 새해 첫 도전기 국수전 2국에서 이세돌은 또 패했다. 바둑스타일로 보면 이세돌과 조한승은 확연히 구분된다. 한쪽은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강성이며 다른 한쪽은 한없이 부드럽다. 당연히 이세돌이 이기든 지든 판을 주도한다. 그러나 최근 이세돌은 뭔가에 쫓기듯 허겁지겁 한판을 끝냈다. 그리고 패배에 대한 고통을 예전보다 더욱 크게 드러내곤 했다.
예전에 입버릇처럼 말하던 '최선의 기보'는 잊은 지 오래되었다. 아직 삼성화재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한 것이다. 바로 그 기자들이 쑥덕댔다. 해설자나 동료기사들도 걱정하는 시선으로 말했다.
"요즘 이세돌이 이세돌이 아니다. 좀 더 버텨줄 수 있을 나이인데…."
"착각이 자주 나온다는 사실에 더욱 불안한 듯 보인다."
"착각은 예전부터 있었다. 문제는 요즘은 뒤집을만한 힘이 떨어졌다."
바둑 승부도 찰나의 순발력과 집중력이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는다. 그런 점에서 특히 일류기사들에게 '착각'은 치명적인 결격사유다. 착각은 우리나이로 32세가 된 이세돌에게 있어서 예전에 없는 큰 변화다. 이 시점에서 "바둑만 둔다면 어렵지 않겠지만 인생이란 게 결부되면 쉽지 않다."라고 말한 이세돌의 예전 인터뷰 대목이 불현듯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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