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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0-30 09:43:34
  • 수정 2017-10-30 10: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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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타이젬 '나는 유저다'에서 2014년 1월 18일에 쓰여진 글을 옮겨온 것 입니다.

▲ 고교동문전에 출전한 휘문고 변규범 씨.

지난 일요일 오전. 타이젬에서 론칭한 YES24 고교동문전 경남고-휘문고 결승이 벌어진 날이었다. 결국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휘문고에는 기자를 알아보고는 유독 반가워하는 분이 있었다. 그는 타이젬 열성 유저로, 기자는 먼저 ID를 물어보니 '후레쉬한걸'이라 한다. '아하! 후레쉬한걸!' 기자도 많이 익숙한 ID이기에 너무 반가웠다. 4~5년쯤 되었을까, 타이젬 음악방 DJ로 활약한 변규범(59)가 바로 '후레쉬한걸'이었다.

74학번인 그는 대학2학년 때 종로 은하수 다방에서 DJ로 활약했을 만큼 음악에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클리프리차드와 짐리버스를 중심으로 모은 LP판은 2000장 가까이 되었고, 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하며 생겨난 MP3 파일은 별도의 외장하드로 모아둔 것만 보아도 변규범 씨의 음악사랑을 느낄 수 있다.

과연 음악만 사랑했을까?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바둑에 대한 조예도 깊었다. 변규범 씨는 고교시절 출석도 자주 빼먹고 기원을 넘나들었을 정도로 바둑에 푹 빠졌다. 심지어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고 학교를 결석하고서 기원에 들어선 어느 날, 기원에서 바둑이 취미였던 담임선생님을 마주친 기억이 있다. 담임선생님께 무척 혼 날것이라 여겼는데, 오히려 그 뒤로 담임선생님은 변규범 씨를 당직실로 종종 불러 수담을 나눴다고 한다.

그렇게 기원에 자주 출입하다보니, 고교를 졸업할 무렵 그의 기력은 기원1급이 아니 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아마추어에겐 선망의 대상인 급수요 기원에서는 왕 노릇을 하는 '사범'이 되었다. 당연히 기료는 받지 않았으며, 기원에서 식사도 모두 해결했을 정도의 왕고수가 되었다.

이후 80~90년대 바둑도장 문화가 생겨날 무렵에는 사범으로 재직했고 프로 조한승 원성진도 초급 시절에는 그의 손길을 거쳐 갔다고 한다. 현재 변규범 씨의 기력은 타이젬 9단. 다만 요 근래에는 9단에서 버티기가 힘들다고 고백한다.

바둑을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다 보니, 자연스레 타이젬에서 음방을 열었다. 타이젬 고수2방에서 자주 음방을 열었던 변규범 씨의 방제가 일단 7080세대에 와 닿았다. '가슴시린 발라드& 올드팝'. 선곡은 대체로 신청곡 위주였으며, 신청곡이 주제가 되어 비슷한 이야기들을 선곡목록으로 뽑았다. 선곡목록은 방제처럼 은은한 발라드와 추억이 묻는 올드팝이 주를 이뤘다.

ID '후레쉬한걸'로 주로 활동했지만 '연천폭포'라는 ID로도 음방을 자주 열었다. 타이젬의 음방 주제는 크게 라이브음방, 파일음방 두 가지로 나뉘는데 변규범 씨는 파일선곡을 하다가 급작스럽게 '벙개라이브'도 병행해 많은 유저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고.

▲ "많은 유저 분들이 제 ID를 보고 여자라고 착각들을 하시던데, '후레쉬한걸~!'하는 일종의 감탄사였지요" 가운데 흰 모자를 쓴 이가 변규범 씨.

타이젬에서 음방장으로 활동하다보니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다. 그 중 그가 손가락에 꼽는 에피소드는 바로 '조작대국꾼'으로 몰렸던 억울한 사연.

"음방을 운영하다보니 때때로 유저들이 T머니가 부족하다고들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 9단 ID에 있던 T머니를 음방에 자주 오시는 분들께 조금씩 나누어 드리곤 했어요. 9단이면 대국할 때 포인트가 조금씩 쌓이잖아요. 그런데 음방 유저가 아닌 분이 그걸 보고 조작대국꾼이라고 저를 몰아세우더군요. 정말 억울했는데, 제가 답변을 하기도 전에, 많은 유저들이 제 편을 들어주며 오해를 풀어주셨어요. 또 ID 장미로 활동하셨던 음방장의 팬 중 한명은 당시 저의 억울한 소식을 듣고 2억포인트를 송금(?)해 주시기도 했고요. 당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여겨져 가슴이 뭉클해졌었죠."

타이젬은 바둑과 음악을 동시에 사랑했던 그에게는 무한한 사랑의 텃밭이었다. 음악사랑, 님바라기, 장미, 나른한아침 등 다른 음방장들과의 오프라인 모임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음방장끼리 눈치싸움이 치열하다고들 하는데, 그 당시 우리는 다들 친구였죠. 모여서 등산도 자주 가고 여행도 갔죠. 조개구이가 생각나 대부도로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이 아직도 연락하면서 지낸다고.

▲ 당시 타이젬을 주름잡던 음방장들과 함께 한 대부도 여행.


변규범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추억에 젖어들었다. 음방을 열어 유저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음방장들과 만나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도, 그리고 '용의문'이라는 동호회에서도 활발히 움직였던 이야기들도, 마치 무용담을 늘어놓듯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이토록 타이젬을 사랑하는 그지만, 지금은 주로 관전자가 되어있다.

"안산에서 동생과 함께 바둑도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생업에 치이다보니, 타이젬에 접속은 하지만 대국 횟수가 아무래도 줄어들죠. 그래도 인터넷바둑이 그리워 타이젬에 접속하면 언제고 반겨주는 친구들이 많아서 외롭지 않아요. 후레쉬한걸의 부활? 글쎄요. 제 선곡을, 제 라이브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정말 존재한다면 언젠간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죠. 허허."


*나는유저다'는 유저여러분들이 주인공이 되는 코너입니다. 유저여러분의 친구를 추천하거나, 타이젬 절친과 같이 출연해도 좋습니다. 동호회에서 만난 절친한 친구 등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리겠습니다. 해외나 지방에 계신 분도 관계없습니다. 댓글로 ID 추천을 해주시거나, 타이젬으로 연락하시면 즉시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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