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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5 23:16:39
  • 수정 2018-04-06 08: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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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리더십 최승필 함안바둑협회장.

 

3월의 마지막 날 경남 함안에서는 바둑동호인들이 대거 출전한 가운데 함안협회장배가 치러졌다. 함안의 삼칠민족줄다리기축제 부대행사로 바둑대회가 십수년전부터 존재했지만, ‘협회장배’라는 이름으로 독립한 것은 4년 전 젊은 리더십의 회장이 들어서면서 부터다.

 

4년 전 함안군바둑협회를 맡은 최승필(51) 회장은 의료보건학을 전공했고 현재 의료재단 영동병원, 함안요양병원의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다. 듬직한 체구에 한 눈에 맘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그는 최근 함안바둑계의 리더로 떠올랐다.

 

지방협회의 재정은 늘 난제에 속하며 비단 특정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최회장은 애초에 바둑계에 그리 밀착해있던 사람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임원이 찾아와 SOS를 쳤을 때 단칼에 협회장직을 수락했다.

 

협회장을 수락할 때 협회임원과 나눈 대화 한토막.
“지금까지 해오던 바둑행사만이라도 해주시면 됩니다.”
“이왕 회장을 맡았는데 더 잘하면 안 되겠습니까?”
“최소한 돈 얼마 얼마가 필요합니다.”
“혹시 돈을 더 쓰면 안 되겠습니까?”

 

세상에 이런 만화 같은 대사가 또 있을까. 협회임원이야 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맘으로 송구스럽게 말을 건넸지만, 의외로 최회장은 더 크게 나왔다. 처음엔 다들 반신반의했으나 곧 믿을 수밖에 없었다.

 

 ▲ 김동균 초대 함안군 바둑협회장과 담소 중인 현 최승필 함안군 협회장.

 

최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리더다움을 보여준다. 회장에 취임한 후 '협회 장부'를 들여다보자 이건 살림이랄 게 없었다. 그는 곳간부터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직접 곳간을 채웠을까. 아니었다. 십 수 명의 협회이사들에게 회비를 납부하도록 했다. 이사회비는 비록 적은 돈이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여태 재정은 늘 회장 몫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곳간이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그는 취임 첫해 협회 이사들과 해외로 단합대회를 다녀온다. 그 다음해도 또 해외로 단합대회를 나갔다. 물론 그 경비 대부분은 최회장이 부담했다.

 

반신반의하던 협회사람들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급기야 이사들이 자발적으로 회비는 물론 찬조금까지 심시일반으로 확보해 와서 비로소 협회 빈 곳간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낸 돈보다 더 많은 이득을 가져갈 수 있으니 결코 낸 돈이 아깝지 않고, 협회는 회장의 소관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죠. 비로소 협회가 윤활유를 칠 한 것처럼 잘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올해부터는 제가 부담이 덜할 것입니다. 하하.”

 

최승필 회장은 무엇보다 체질개선을 하려고 했다. 회장 한 명의 힘으로 돌아가는 협회는 불안하다는 생각이다. 협회조직을 자가발전시켜 역동적으로 만들기 위한 마중물 역할만 하면 된다는 것.

 

최회장의 이러한 리더십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세계적인 봉사단체인 국제라이온스협회 경남중부지구의 사무총장을 맡은 이력이라면 혹시 힌트가 될까. 라이온스활동을 하면서 공동체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체득했다고 그는 귀띔한다.

 

“돈을 벌면 자기 식구에게 투자를 해야 하고 그 다음은 친척에게 투자를 해야 하고 그 다음은 이웃에게 투자를 해야 합니다. 당장은 손실이겠지만 그것이 길게 보면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죠.”

 

▲ 최회장은 늘 바둑계 어른의 조언을 경청한다.

 

최회장이 함안협회장을 맡으면서 서서히 변화가 시작되었다. 여전히 규모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대회가 4개로 늘어났다. 협회장배, 아라가야배, 경남어린이바둑대회, 또 협회이사들과 고문 등 함안의 바둑유지들을 위한 신선놀음배 등이다.

 

“아라가야배가 경남도민대회였는데 갈수록 쪼그라들어서 군민대회가 되고 말았어요. 이걸 일단은 원상복귀시켜야 합니다. 또 작년부터 경남어린이바둑대회도 후원하고 있어요. 조금씩이지만 진전하고 있죠. 저희 협회는 한 명이 아니라 무리가 보듬어 나가니까 변화는 시간문제일 겁니다.”

 

언젠가는 자신도 떠날 것이고 그때도 함안바둑협회가 무난히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자 했을 뿐이란다.

 

기자가 계속 뚫어져라 최회장을 쳐다보자, 결국 그는 파안대소하며 한마디를 보탠다. “왜 이러냐고요? 다른 사람들이 즐겁고 편안하잖아요. 하하.”

 

9억이 있으나 10억이 있느냐 별 차이가 없다. 900만원이 있으나 1000만원이 있으나 별 차이가 없다. 나머지 10 정도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맘으로 살아가는 것이, 곧 우리들 자식들이 아름다운 사회의 울타리 속에서 무럭무럭 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최승필 회장의 베푸는 리더십이었다.

 

▲ 그가 근무하는 병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차에 최회장의 부모님과 딸을 우연히 만나 대로변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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