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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10 19:17:47
  • 수정 2024-05-10 19: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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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홈페이지.


바둑 종목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근육 성장에 도움을 주는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되어 바둑 종목에 대한 제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전남 신안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경기도 김지은 선수는 지난 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korea anti doping agency)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24년 1월22일~25년 7월21일)를 확정 통고 받았다.


이보다 앞서 김지은은 지난 1월29일 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18개월에다 개인 수상(혼성페어 금메달)를 전면 취소 결정을 받았고, 그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재심 청구가 기각되면서 최종 확정통고를 받기에 이른 것.   


지난 전국체전에서 도핑테스트에 적발된 종목은 바둑을 포함해 유도 보디빌딩 승마 수구 등 다섯 종목.


김지은은 금메달을 딴 당일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의 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도핑테스트를 받았고, 경기 수일 전 복용한 감기약에 금지약물로 분류된 성분이 함유되어 있었던 것으로 12월 초 답변서에서 밝혔다. 


체전 당시만해도 바둑종목에서 경기력 향상을 꾀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했을 것이란 추론은 전혀 설득력이 없기에, 당사자나 관리 단체나 별일 있겠냐는 반응이었다. 



스포츠의 당당한 일원으로 참가하기 시작한 바둑 종목은, 법적인 잣대로는 엄연한 스포츠지만 선수와 관리자 심지어 팬들에게서도 완전한 스포츠로 인식되기엔 아직 많은 시간이 더 걸려야 하는 현실을 잘 말해준다. 


다만 이번 도핑파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바둑계 전체가 받을 타격에 초점이 모아진다. 


바둑계가 수년간 전방위 노력을 다해 일군 전국체전 종합배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문제. 


알다시피 전국체전에 바둑이 ‘진짜’ 정식종목이 된 건 2019년 종합배점 3600점을 받으면서부터. 


여타 종목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지만 바둑은 지속적으로 배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고, 5년이 지난 올해 별일이 없었다면, 실제로 체전위원회에서는 바둑의 배점을 상향 조정할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악재로 인해 배점 상향은 고사하고 오히려 하향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번 도핑 건으로 불행히도 종합배점 3600점이 2년 간 무효가 되는 제재를 받게 된다. 따라서 전국체전에서는 종합배점이사라지고 메달 점수만 조금 있을 뿐이다. 최소 2년 간 '자성의 기간'을 거친 후에 3600점으로 원상 복구가 될 수 있다.


▲제104회 전국체전 바둑종목 혼성페어 결승 장면. 홍근영 김지은(경기)-이선아 김정훈(충북).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17개 시도협회에서 각 체육회로부터 받는 ‘우수선수 지원금’이 사라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만약 지원금이 끊어지면, 전국체전에서 우수선수를 영입하는데 애로사항이 생기고,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졸지에 지원금이 중단되는 사태가 생긴다. 어림잡아도 전국체전 관련 선수(관계자)들은 150명 안팎이다. 바둑일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벌써 지원금이 중단된 시도협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한바둑협회의 대표적 역점사업인 KBF리그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현재 KBF리그에 출전 예정인 팀은 10개. 


KBF리그는 시도협회별로 우수선수의 전국체전 역량 강화를 위한 트레이닝 무대로서 치러지기 때문에, 전국체전 배점이 사라지면 이와 연동된 KBF리그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 시도체육회에서는 전국체전 종합배점이 사라진 바둑 종목에 예전처럼 지원해야 할 명분은 없다. 이는 메달 점수만 있고 종합배점이 없었을 시절에 단 한 푼의 지원금이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이번 사상 초유의 '도핑 파동'을 두고 특정 개인이나 특정 바둑협회에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우리 바둑인 모두 스포츠바둑의 과실에만 관심을 두었지 그 책임과 의무에는 도외시했다는 자성의 소리가 드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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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바둑종목 종합시상식. 2위 전남 신철호 단장, 1위 경기 박종오 단장, 경기도체육회 이원성 회장(시상), 3위 전북 이원득 단장.


도핑관련 교육이라고는 1년에 1회 선수등록 시 실시하는 영상교육 한번이 전부. 영상을 재생만 시켜 놓은 채 자리를 이탈해도 선수등록엔 아무런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약물복용으로 ‘혜택’이 돌아갈 리 없는 선수나 지도자 모두가 무관심하기 마련이었다.


또한 직접적으로 선수의 교육과 관리 감독을 맡은 시도협회에서도 별다른 교육이나 감독을 개인에게 맡겨둔 상황이다.   


도핑에 대한 제재는 일반 경기에서의 반칙 행위보다 훨씬 엄격하며, 자격정지 뿐만 아니라 경기결과가 사라지며, 획득한 메달과 점수와 상금이 몰수되며, 제재 받은 선수 또는 지도자의 이름이 일반에게 공개되기도 한다.


대한체육회, 프로단체, 교육청은 등록선수를 위한 도핑방지 교육홍보강사를 파견하여 도핑방지 정보를 직접 전달하는 대면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과거엔 이 대면교육을 한 두 차례 대한바둑협회에서 실시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엔 전 선수가 영상교육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또한 대바협 차원에서 시도협회에 강한 징계를 내리는 강제 규정도 필요해 보인다. 자신만 징계를 받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해악이 바둑계 전반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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