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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19 06:24:17
  • 수정 2024-03-19 16: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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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3회 미추홀바둑리그가 17일 44명의 '강1급'이 모인 가운데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펼쳐지고 있다.


일산은 알아주는 바둑고을이며 꽤 유명한 일산기우회가 터를 잡고 있다. 


그 무리에서 노닐던 곽씨 임씨 정씨 김씨 등이 가끔 미추홀을 넘봤지만, 수년이 흘러도 우승 한번 못했던 일산파는 '초식'이라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미추홀에서 허구한 날 호랑이 사자 표범에게 당하고, 동네 물1급에게 놀림까지 당하다 보니 그들도 화가 났을까. 이번달엔 작심하고 덩치 큰 형을 데리고 나타났다. 


설대기우회 OB선수 윤석철이었다. 호랑이 사자급은 아니었지만 타고난 힘은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았던 윤석철을 첨엔 맹수로 여기지는 않았다. 솔직히 그보다 더 유명한 곽씨도 우승 한번 못했는데, 잘 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러나. BUT. 하우에버! 윤석철은 연전연승하더니, 급기야 지난달 우승자 서능욱 프로와 입단1순위 안상범 등 노련한 호랑이와 젊은 사자를 연속으로 뚜디리 패면서 평화롭던 미추홀을 혼돈 상태로 만들고 말았다. 


'아, 세상은 넓고 맹수는 많다!'



▲첫 출전에 첫 우승을 꿰찬 '뉴 스타' 윤석철.


미추홀리그 제93회 대회가 17일 오후1시부터 인천 김종화치과 내 인천바둑발전연구회에서 초(超)1급, 강(强)1급, 물(水)1급 등 ‘한국 1급의 자부심’ 44명이 모여 우승의 꿈을 위한 열전을 치렀다.


세상은 좁더라고 고수는 진짜 많다. 미추홀에 오면 더더욱 느낀다.


미추홀은 상금 많이 주는 대회는 아니고, 많은 사람이 시상대에 설 수 있는 쾌감을 나눠주는 잔치다. 우르르 와서 달랑 1명만 남기는 삭막한 대회가 아니라, 같이 시작하고 같이 밥 먹고 헤어지는 정겨운 축제다. 축제라고 아무나 오는 데는 아니다. 자칭 1급들만 오란다. 


오늘은 오후1시보다는 2시에 가깝게 개시했다. 새로 출전한 손님도 많고(이호기 김솔빈 박동주 윤석철 최한별) 새로운 규정 설명도 길었다. 


다만 늘 출전하던 곽계순 여사가 골절상을 당해 요양 중이라 못 나온다는 게 새드 뉴스. 찐기자에겐 만만한 상대가 없으니 진짜 배드 뉴스.  

  

▲두 분이 있어 다들 행복합니다! 최병덕 미추홀기우회장과 김종화 미추홀대회장.


잠시, 미추홀 내규에 대해 설명한다. 미추홀에서는 프로와 주니어를 0레벨로 두고, 시니어는 1레벨, 그리고 물1급은 3레벨. 표범, 치타, 하이에나 그리고 독을 소지한 뱀은 2레벨이다. 한 레벨에 한 치수씩 격차를 둔다. 정선, 두 점, 석 점… 이렇게.


여기서 올 1월부터 시행하는 '소수점 치수'가 추가된다. 즉, 이전 대회에서 성적이 좋거나 혹은 나쁜 사람은 레벨표시 옆에다 –1,-2, 1, 2, 3…, 이렇게 세부 치수가 들어간다.


지난 대회에서 만약 우승(+3) 준우승(+2) 혹은 3승(+1)으로 입상을 하게 되면 덤을 추가로 상대방에게 제공한다. 같은 의미로 4패자(-2) 3패자(-1)는 추가로 덤을 받게 된다.  


따라서 1레벨+2와 3레벨-1이 만나면, 레벨 치수 두 점에다 세부 치수 덤 3집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말이다. 1레벨 중 좀 센 쪽과 3레벨 중 좀 약한 쪽이 만나는 것이므로. 그리하여 소수점이 +10이 되면 한 치수가 자동으로 올라간다.(안다스텐? 모른다스텐?)  


이는 말로 설명하게 되면 좀 복잡하지만, 실제 대진 판에다 진행 측에서 미리 표기를 해두기 때문에 선수들은 전혀 혼동될 이유는 없다. 


실제 3월 대회에서 가장 +가 많은 선수는 0레벨 최홍윤 프로이며 그의 세부 치수는 +6이다. 따라서 그와 만나는 사람은 덤을 추가로 6개를 받고 시작한다. 


▲1라운드부터 이변의 연속이었다.


1라운드 공이 울린다. 이변이 거의 없는 1라운드에서 대여섯 판이 이변이었다.  프로들도 줄줄이 나자빠졌다.


독이 있는 파충류 2레벨에서 주로 일을 냈다. 먼저 '1레벨급 2레벨' 소재경이 김동섭을 이겼고, 일산파 정문섭도 우승경험자 이석희를 페이드아웃. 


지난 2월 찐기자가 다 이긴 바둑을 놓쳐 몹시 안타까워했던 만만한 2레벨 하승철은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끝장승부‘ 안재성을 이겼다. 이런 걸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하는데, 고라니도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풀 뜯는 초식들에게 심어주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때 프로의 꿈을 간직했던 부천협회장 윤명철은 한 달 건너 우승하곤 하던 '속사' 정대상을 잡고 미추홀기우회 원년멤버의 위용을 과시했고, 일산파 김재훈이 '거목' 나종훈 프로를 꺾었다.  


▲시니어 정상 안재성(좌)을 꺾어 이변을 연출한 하승철. 왼쪽엔 윤석철-이기수.


김종화 대회장은 '거물' 찐기자를 꺾어 파란을 연출, 부인 곽계순이 빠진 공백을 거뜬히 메웠다. 그간 승리다운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김종화는 국후 "나머지 판을 모조리 진다 해도 여한이 없다"며 감격해 했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고, 그 후 진짜 세 판을 모조리 패하고 말았다(ㅋㅋㅋ).


여기까지는 약과다. 오늘 첫 등판한 박동주 프로는 한국바둑중 개교 후 처음으로 입단한 케이스. 올해 명지대 바둑학과 신입생이며 친구 안상범의 손에 이끌려 출전했다. 때문에 출전자체로 결승진출을 다들 예상했는데, '물1급' 김성중 샘에게 패하고 만 것. 


4레벨이 0레벨 프로를 잡은 것이다. 고라니도 피해 다니는 토끼 정도가 억센 호랑이를 뉘어버린 셈이다. 정말 꿈은 이루어진다고, 전직 교장샘인 김성중은 아마도 다음달 다다음달까지도 축하세레를 받을 것으로 전망.


▲김승민-나중훈 대결에 많은 갤러리들이 몰려있다. 아쉽게도 나종훈 프로는 초반 2패를 당해 입상권에서 멀어졌다. 


일어날 이변은 1라운드에서 차고 넘쳤기 때문에 더 이상 2라운드에선 이변이 없다. 


일산파끼리의 경쟁에서 임춘기가 김재훈을 꺾어 1명이라도 살아남았다. 또 소재경은 만만한 하승철을 잡아내며 기세가 올랐고, 무명 송성관이 한 레벨 위 윤명철을 꺾어 살짝 이변 축에 들었다. 


그 외 2승을 올린 선수는 프로 서능욱 최홍윤. 그리고 안상범 박중훈 박지웅 등 프로 뺨치는 주니어들. 이철주 박휘재 윤석철 등 내로라하는 시니어들이다.


‘1번 다이’의 주인공 나종훈 프로는 '불의의 이격'을 당하며 거목 아닌 고목이 되어버렸다.


▲'일산고수 등장이요!' 윤석철-서능욱 경기가 막판을 치닫고 있다. 관전하는 이는 곽웅구 김재훈으로 모두 일산패밀리들이다.


우승의 꿈이 영그는 3라운드에선 단연 신입 '백곰' 윤석철과 '손오공' 서능욱 경기가 관심이었고, 비로소 윤석철이 스타덤에 오른다.


초기에 말한 소수점 치수라는 게 이 판에 등장하여 승부에 영향을 주었다. 1레벨 윤석철과 0레벨 +3인 서능욱은 정선에 서능욱이 덤 3집을 주고 경기를 벌인다.


뭐, 3알 정도야 출중한 프로 서능욱에게 대수롭지 않은 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윤석철은 예의 안정적으로 반면을 운영하더니 급기야 200수까지도 팽팽하게 바둑을 전개하며 판을 좁혀 나갔다. 


개표를 해보았더니 정확히 3집을 남겼다. 바로 추가로 덤 3점을 제공한 것이 승부를 가르고 말았다. 


'저분이 누구시지?' 찐기자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소재경이 피차 만만한 임춘기를 돌려보냈고, 박휘재는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한 송성관을 이겼다. 그리고 가장 강한 최홍윤 프로는 1패자 정문섭을 쉽게 이겼다.


인천바둑의 새로운 간판 안상범과 박중훈은 인천 연구생 선후배로서 명승부를 펼쳤으니 후배 안상범의 승리, 최강 시니어 이철주도 박지웅을 넘진 못했다. 


▲결승국1. 박지웅(승)-박휘재.


소재경-최홍윤, 박휘재-박지웅, 윤석철-안상범. 6명이 결승에 진출했다. 시니어 3명, 주니어 3명이다. 제비뽑기로 정했는데 공교롭게 시니어와 주니어의 대결이 성사되었다. 


그럼 이번에는 모두 주니어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 단, 윤석철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는 것이 변수.


안상범은 바둑고를 졸업했고 1학년 때 입단대회 최종 결승에서 안타깝게 실패한 경험이 있다. 지난달에도 거뜬히 우승을 한 적이 있고 최근 자주 이긴다. 


반면 윤석철은 그 기량과 스타일을 잘 모르는 선수여서 살짝 긴장은 되지만, 안상범이 못 이길 상대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의 생각. 역시 안상범이 0레벨 +3으로 앞선 서능욱 프로와 마찬가지로 정선+3집을 제공해야 한다. 

 

바둑은 공중전이었다. 어차피 중앙 대마가 엮여서 덤과 무관한 승부가 벌어졌고, 힘 좋은 윤석철이 백 대마를 잡고 판을 쓸었다. 


조금 황망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추홀에서 손님 대접을 잘해주어도 유분수지.... 


초반 포석을 실패했던 소재경은 일찌감치 최홍윤에게 무릎을 꿇었고, 박지웅은 박휘재를 잡아내며 한 달 만에 다시 우승.


▲결승국2 소재경-최홍윤(승).







▲늘 조기 출근하여 기보를 놓는 한세형. 그는 3년 전 미추홀에서 고라니과에서는 보기 드물게 우승컵을 차지했고, 그 장거 뒤에 1레벨로 올렸다. 기보 놓는 사람보다 기보 구경하는 사람의 성적이 더 좋았다(^^). 임춘기(오른쪽), 뒤는 하승철과 박휘재.


▲'연습은 실전처럼.' 박중훈-박지웅 두 주니어 고수가 연습으로 10초 바둑을 두고 있다.


▲'스무살 청춘' 바둑고 동창이자 명지대 신입생이기도 한 박동주와 안상범이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 


▲'우리는 모자 3인방'. 정대상 양완규 홍동환.


▲곽계순 여사가 부상으로 병상에 있다 보니 김종화 대회장이 직접 장을 보았다. 


▲미추홀 사상 첫 초등생 우승자 박한필의 엄마 카렌(필리핀바둑협회장)과 아빠 박한규(오른쪽)가 나종훈 프로와 담소를 나누다 '브이'를 그려 보이고 있다. 이들 부부는 바둑대회 진행사항을 익히기 위해 참관차 방문했다고.


▲첫 판부터 묵직한 고수들의 대결이 벌어진다. 이번 달 우승할 자 최홍윤(승)-지난 달 우승한 자 최준민.


▲이석희-정문섭(승). 


▲홍동환-조석기(승).


▲윤명철(승)-정대상.


▲지난달에도 만났던 두 사람. 최병덕-한세형(승).


▲지난달에도 첫 경기에서 격돌한 두 사람. 이철주(승)-권영기.


▲박지웅(승)-서부길.


▲나종훈(승)-김종화.


▲김종화.


▲이호기(승)-김성중.


▲'꼭 실전 같죠?' 이석희가 아쉬운 듯 기보를 놓아보자 서부길이 다가와서 같이 연구하고 있다.


▲정대상-최한별(승).


▲안재성-김솔빈(승). 


▲송성문-박휘재(승).


▲박동주 프로와 서능욱 프로.


▲고수들 숲에서 부부 대결을 벌이는 카렌-박한규. 이들은 바둑불모지 필리핀에다 바둑협회를 창설하고, 협회의 발전을 위해 필리핀 정부와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소통 중이라고.  


▲'6인조 일산패밀리'가 모처럼 뭉쳤다. (촤측) 김재훈 곽웅구 윤석철. (우측) 임춘기 이호기 정문섭.


▲최홍윤(승)-정문섭.


▲결승국. 안상범-윤석철(승).


▲'마지막 1승의 기회' 홍동환-정충의(승).


▲박동주 안상범.


▲박지웅.


▲박휘재.


▲한때 연구생을 5조까지 했던 최한별.  


▲소재경. 


▲3승 시상. 최병덕 박중훈 김솔빈 박동주 최한별 이철주 이호기 윤명철 김종화.


▲준우승 시상. 최병덕 박휘재 소재경 안상범 김종화.


▲우승 시상. 최병덕 박지웅 최홍윤 윤석철 김종화.


▲행운상 시상. 최병덕 정문섭 김성중 카렌 박한규 김봉화. 참고로 부인 카렌이 추첨했고 남편 박한규가 당첨. 


▲행운차상과 행운대상 시상. 최병덕 김재민 이석희 김종화.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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