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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2-16 23:32:27
  • 수정 2024-02-17 0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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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대 대한바둑협회 정봉수 회장이 작년 전국체전 바둑종목이 진행된 전남 신안군 암태도국민체육센터에서 포즈를 취했다. 


제9대 대한바둑협회장으로 보궐 당선된 작년 10월부터 신임 정봉수 회장(55)의 하루는 너무 짧았다. 


주말마다 신안(전국체전), 전주(이창호배), 순천(순천만정원배) 등 열전의 현장으로 전국을 훑고 다녔고, 연말에는 바둑계· 체육계 공식일정을 소화하느라 눈썹이 휘날렸다. 


신년이 되자마자 세종시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정부가 전액 삭감한 2024년도 바둑예산의 복원을 촉구하며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보름간 때 아닌 시위에 돌입했던 것. 장기간 시위 소식을 통해 그가 신임 협회장임을 알았을 바둑팬들도 많았을 게다.  


스스로 원한 길이긴 했지만, 용기와 격려의 덕담이 오가야 할 ‘허니문 기간’임에도 겹쳐오는 난제들을 이겨내야 하는 바둑계의 현실이 깨나 매웠다. 


이제 설도 지나고 본격적인 바둑시즌이 열릴 테다. 바둑계가 직면한 이 엄중한 상황을 여하히 타개할 것인지 바둑인들은 궁금증이 매우 많다. 





2023년 9월27일 대한바둑협회장 당선 직후의 맘과 2024년 2월15일 오늘 이 시점의 맘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당시도 혼란한 대한바둑협회(이하 대바협)이었기에 과연 제가 이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바협의 시급한 과제는 신뢰형성이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바둑인의 우수한 역량을 이끌어내는 게 회장의 책무라고 봤죠. 경기도협회장을 6년간 하면서 많은 바둑인을 만나보았고, 그 책무를 누구보다 잘 할 수 있겠다 싶어 책임의식과 소명의식이 발동해서 선거에 나섰습니다. 


4~5개월 지난 현시점에서 판세를 읽어본다면, 사무처 중심의 주인의식부터 심어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불거진 예산문제도 작년 7월 말 확정이 될 때까지, 사전에 ‘야릇한’ 조짐이 있었음에도 누구도 선(先)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는 건 회장 이하 사무처가 주인의식 부재를 통탄해야 할 겁니다.   


사무처의 역량을 다각도로 끌어올려야 하겠고, 그 바탕 위에 17개 시도와 140여 개 시군구 바둑인들을 원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강소(强小) 조직만이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걸 남은 임기 1년 동안 증명해보일 계획입니다.  


첫 질문에 모든 답이 나온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원팀’은 어떤 걸 말합니까


구체적인 로드맵까지는 제시할 수 없습니다만 원팀의 자신감은 얻었습니다. 지난 1월 중순 전국시도전무님들 모시고 대바협의 내일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1박2일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거기서 나온 건 한국기원과의 상생 협업 없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17개시도 전무협의회 명의로 업무협조요청서를 통해 한국기원에 ‘대바협과 협업을 하시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 결과 한국기원은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사업만 계속하기로 하고, 대바협이 보급사업을 근본적으로 해야 한다는 윈칙에 대해 흔쾌히 확답을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정부측의 기본 방침과 입장도 설명을 드렸죠.


원팀은 이런 소통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겁니다. 그 자리에서 최종 정리된 내용을 대바협 대의원들에게 보고드리고 올해 사업 로드맵을 최종 발표토록 했습니다. 이후 140여 시군구 회장님들과 사무국장님들의 지혜를 얻을 시간도 빨리 준비토록 할 예정입니다. 



▲ 지난달 17일 정봉수 회장은 세종시 기재부 청사 앞에서 전국 바둑인 총궐기대회에 나섰다.


기재부 얘기가 나온 김에, 예산삭감 관련해서 여쭙겠습니다. 이미 다른 언로를 통해 살짝 전달은 되었습니다만, 대바협은 그동안 보급 인프라의 확장 및 생활체육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왔는데, 작년 말 정부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먼저 이 자리를 빌려 이번 예산 관련 시위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신 바둑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올립니다. 


예산삭감 통지를 받고서 처음엔 국회 예결위를 통해 일단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뛰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시군구 협회장들도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최종통고 받고 1인시위라도 해서 그 연유를 알고 싶다는 뜻으로 계획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세종시에서 피켓을 들었고 이 소식을 듣도 아름아름 찾아온 바둑인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기도 했죠. 


시위 15일째 되는 날. 직접 기재부에서 얘기해보자는 제의가 왔고, 바둑현안에 대해 2시간 정도 심도 있는 논의를 했습니다. 


기재부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자면, 대바협 예산을 0원으로 깎은 게 아니라 바둑예산 자체를 15억만 배정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기원과 대바협에 나눠줬던 40억 가까이 배정된 예산이 15억으로 줄었다는 겁니다. 한국기원이나 대바협의 예산내역들을 보면 중복된 측면이 많다는 논리였죠, 결국 정부는 기존 확정된 15억 예산을 양측 사업 검토 후 재 배분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따라서 대바협도 23년 사업 결과 및 24년 사업계획 및 예산 집행에 대해 충분히 얘기했고, 대바협의 핵심 추진 사업은 수혜자가 명확하게 구체적인 자료와 제출하면 적극 검토하기로 대화가 되었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기에 분위기는 좋았고 기재부도 우리 입장을 듣고 바둑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도 인정한 유의미한 장이었죠.(기재부와의 더 많은 대화는 있었으나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부연이 있었음.) 


그러면 기재부와의 대화로 끝난 이후 한국기원과의 예산을 나누었는지요 


일단 기재부 평가위원회라는 곳에서 지원예산사업이 한국기원과 대바협이 중복되었다는 평가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에 대바협은 지속적으로 기재부와 소통하면서 15억~20억 예산계획안을 제출했고 추후 더 많은 액수의 예산안도 계속 낼 계획입니다. 기재부에서도 충분히 수혜자가 있는 사업이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2024년 예산을 아직 나눠 받지는 못했는데, 한국기원 측에서는 새로운 예산기획안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관심은 이제 나누게 될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 궁금한데요, 혹시 계획을 밝혀주실 수 있는지요   


아직 얼마나 배정될 지 확실치 않아서 정확한 답변은 안되겠지만 가능한 수준까지 말해보죠. 


일단 간판 대회라고 할 KBF리그(구 내셔널리그)는 지속될 것이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대한체육회장배 등 굵직한 대회사업도 가능하겠죠. 그리고 대통령배 국무총리배 등은 별도의 예산으로 치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또 최근 인기를 더해가는 동호인바둑대회도 수혜자가 분명하기 때문에 당연히 지속적이겠죠. 다만 추정컨대, 프로그램 앱 개발이라든지 기타 용역비용이 줄어들 수는 있겠죠. 전체적으로 약간은 불편하겠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닐 겁니다. 또한 기존에 해왔던 사업 중에서도 중단할 수 없는 건 또 살려야 하겠죠.





회장님은 취임 초기 1)예산 원위치, 2)전국체전 배점 상향 3)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정식종목 채택 4)디비전 승강제 추진 등 4가지 사안에 관해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씀해왔습니다. 하나 하나 그 진행사항을 짚어주실 수 있는지요 


반복되지만, 먼저 예산문제는 그간 소통이 힘들었던 정부 측과 대화의 물꼬를 확실히 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습니다. 예산은 수혜자가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예산의 콘텐츠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한국기원은 프로활성화와 국제화 사업에 매진해야 하고, 대바협은 대한민국 바둑보급 사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재부 문체부가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사항입니다.   


전국체전 배점과 디비전 두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제가 지난 12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의 면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갈무리를 하는 게 좋겠네요.  


우선 전국체전은 1959년부터 이어온 체전 종합순위결정방식이 바뀔 공산이 크다고 합니다. 현행 확정배점 방식은 급격한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서울과 경기 등 특정 시도가 상위권으로 고착되는 등 관심도가 떨어지는 점이 있다는 거죠. 따라서 경기력에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체육발전을 위한 다른 항목도 평가에 포함하는 개선안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또한 디비전 예산은 올해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예산이 나온다면, 바둑의 채택 가능성이 크다고 기재부를 통해서 들었고 이기흥 회장도 지금처럼 스포츠바둑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다면 다분히 가능성이 크다는 언질을 받아냈습니다. 


다음 전국생활체육축전은 생활체육동호인들이 종목별로 시도대표팀을 구성해 자웅을 겨루는 대회를 말하는데, 이 부분이 우리 바둑인에게 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현재 바둑이 시도축전 정식종목이 가입된 건 충북 전남 울산 강원 등 4곳입니다. 우리는 전국체전에만 신경을 썼지 전국생활체육축전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일단 중앙부터 정식종목으로 들어가야 하겠습니다. 전국체전이 엘리트를 위한 축제라면 전국생활체육축전은 동호인체육의 총아입니다. 그리고 지원도 많이 따릅니다. 왜 못 들어갔을까요 절실하지 않았던 거죠. 





예산이 평소처럼 잘 나오고 있다고 해도, 아쉽게도 대바협은 바둑인에게 칭찬받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과연 개선해야 할 대바협의 문제점은 어떤 거라고 보고 있습니까


행정의 투명성과 예산의 투명성이지요. 행정의 투명성 문제는 한 두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중앙만의 리그였다는 게 역사적으로 증명이 되고 있죠. 제가 대바협 회장에 나올 수 있었던 용기는 바둑인의 주인이 되는 미래를 논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은 거였습니다. 예산은 말씀을 많이 했는데, 결론적으로 보급에 잘 써야 한다. 그게 근본적으로 바둑의 산업화까지 연결이 된다 정도로 하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있으니 예산삭감 문제로 우울했던 맘이 살짝 풀리기도 합니다. 지원만 강조할 게 아니라 좀 더 바둑이 스포츠로 옷을 확실히 갈아입고, 또 바둑인이 체육인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게 우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으로 바둑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의 시장은 우리가 수혜를 얻으려면 공급자가 공급해줄 수 있는 그릇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주인의식을 갖추고 손님맞이를 제대로 해야 하죠. 손님맞이? 비근한 예를 들죠. 체육관에서 바둑대회를 하게 되면 흔히 시장 군수님이 축사를 하게 됩니다. 그때 성의를 갖고 환대를 해주어야 합니다. 나를 위해 대회를 열어주는데 인지상정이잖아요. 물론 대회 진행 측에서도 사회자에게 이 부분을 숙지시킨다든지 하는 행위도 있어야 하지만, 일단은 진정으로 우리 바둑인들이 고마워해주면 되는 일이죠. 윗선에서 받을 것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도 그만한 응대를 해줄 수 있는 게 진정한 체육인의 자세입니다. 또 선수등록 같은 것도 타 종목에서도 자발적으로 다들 잘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대회를 나가는 (동호인)선수라면 자발적으로 선수등록을 해야 하는 게 기본입니다. 우리도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좋은 바둑대회를 많이 만드는 방도일 겁니다.


바둑인 여러분! 올해 한 가지 약속은 자신 있게 드리겠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대바협을 생각하실 때 미소가 머금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며 대바협은 모든 바둑인들의 지지와 성원 속에 대한민국에서 바둑의 가치가 무엇인지 당당히 알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늘 진심 감사한 마음입니다.

9대 대한바둑협회장 정봉수 배상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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