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10-09 11:54:29
  • 수정 2018-10-09 12:14:54
기사수정

▲ 사람냄새나는 바둑잔치, 2018 원봉 J.S Together 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서울 아바사회관.

 

“오늘은 태어나서 가장 기분 좋은 날이에요. 이틀 만에 48개 팀이 신청 완료되었어요!”

 

안 그래도 '오버'가 매력인 A7 홍시범 대표는 새벽부터 첫 손님이 오길 몹시 기다렸음인지, 기자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자랑 반 또 자랑 반이다. 엊저녁부터 입에 쳐진 거미줄이 깨나 답답했을 것이다.

 

“명지전문대로 오셔서 수협을 찾아오시면 됩니다.”

 

잠시 후 후원자인 원봉루헨스 김영돈 회장이 전화를 걸어온 모양이다. 하긴 이 동네는 매번 찾아와도 그때뿐이며 랜드마크도 없으니 물어봐도 찾기가 힘들다. 지하골방에 위치해 있는 바둑동네 아지트이기 때문.

 

오전 9시9분. 아침 비행기로 제주에서 올라온 강순찬이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강순찬은 프로아들 강지범과 페어다. 게다가 추첨에서 1번을 뽑았으니 일단 조짐이 좋다. 다음 수안보에 사는 박성균과 원주에 사는 신현석 콤비가 나란히 입장한다. 이런 걸 보면 학교 다닐 때 금언 하나가 생각난다. 학교 앞 문방구집 아들은 절대 도서관자리를 못 잡는다는.

 

가장 멀리 있는 친구들이 그립고 애틋한 법일까. 또 다음 의정부에 사는 김희중과 대구에서 노장 신영철이 입장하는 것을 보니 더더욱 그렇다.

 

▲ 제주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올라온 강순찬은 가장 먼저 대회장에 도착했다. 아들 강지범 프로와 짝을 이룬다. 추첨에서 1번을 뽑았다. 

 

9시30분 쯤 이르자 무진장 들이닥친다. 지각은 없다. 윤창철-하성봉, 박종오-최우수 페어도 등장이다. 두 팀 시니어는 전국구는 아니지만 지역구에서 바둑깨나 두는 시니어들이다. 윤창철 박종오는 엊그제 화성시에서 벌어진 효축제를 성대하게 마친 경기도 바둑인이다. 그리고 화성시와 경기바이오제멕스 팀의 감독들이기 때문에, 하성봉 최우수 등 전국구 선수들이 ‘어쩔 수 없이’ 짝을 이룬 케이스.

 

“기라성 같은 멤버들이 다 모였네”(강순찬).
“이렇게 (장소가)넓은지 몰랐어!”(박성균)

 

9일 한글날 오전10시 서울 은평구 지하골방 아마바둑사랑회관에서, 가장 누추하고 빈한한 대국장에서 가장 풍요로운 우리들의 바둑대회가 벌어진다. 든든한 후원자 원봉루헨스 김영돈 회장이 후원한 1500만원으로 신사옥 이전기념 2018 원봉 J.S Together 대회가, 장터 같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성대하게 치러진다.(지금 이 기사를 보시고 가까운 곳에 계시는 분은 오셔서 구경하셔도 된다. 오후7시를 마쳐 마칠 것 같다.)


원봉루헨스 신사옥 이전은 그냥 갖다 붙인 이름이며, 원봉 김영돈 회장이 바둑인들이 좋고 바둑이 좋아서 해마다 사비를 들여서 한국바둑가의 주축인 여러 주니어 시니어선수들에게 음덕을 베푸는 바둑인들의 잔치인 것. 그래서 대회 이름이 제4회 원봉 J.S Together. 즉, 주니어와 시니어가 투게더 하라는 뜻이다.

 

▲ 아바사회관에 모인 전국의 아마철각들.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48개 팀이 집결했으니 96명이다. 바글바글하다. 한번쯤 이런 골방에서 살 냄새 나누면서 바둑 두는 것도 제 맛이다. 일단 경기 중이지만 눈에 띄는 조를 잠시 소개한다.

 

지난 주 태백산 배달바둑단체전에서 우승한 김희중 류인수 페어는 이번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조민수 정훈현 페어도 이름만으로는 우승후보. 다만 조민수가 지난달 서봉수와의 치수고치기에서 패한 이후 충격파를 이겨냈을 지도 관심.

 

최호철-임지혁, 박성균-심현석, 양덕주-장찬호, 이철주-이정준, 김경래-김정훈 도 이름으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우승후보가 넘 많다. 내셔널리그선수만도 무려 70명을 훌쩍 넘기니 말이다.

 

문미열과 이석희가 한 조다. 이 팀은 시니어들만으로 조를 짰다. 같이 대회에 참여하려는 주니어들이 없었다며 옆에 있던 시니어 장부상이 껄껄 웃는다. 그러면 어떠랴. 언제부터 우리가 우승이 목표였던가. 그저 바둑이 좋은 걸.

 

‘그래도 우승상금이 무려 500만원인데….’

허거걱! 500만 원이라고라고라?

 

사진으로 제4회 원봉 J.S Together 개막을 소개한다.

 

▲ 서울 응암동 지하에 위치한 아바사회관. 덕분에 같은 건물에 위치한 학원이름이 선전되는 건 어쩔 수 없다.

 

▲ 정훈현(가운데)과 서문형원이 대진추첨을 하고 있다. 정훈현은 조민수와 짝을 이뤄 강력한 우승후보팀.

 

▲ 김은선 프로와 부친인 김웅환 씨와 페어를 이루었다. 김은선은 ‘1승이 목표’라고.

 

▲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A7 홍시범 대표. 대회소개와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아마바둑의 대부 임동균. 오늘은 심판으로 참여했다. 

 

▲ '딱히 널 위한 건 아니야!' 추첨 통과 명패들.

 

▲ 새벽 첫차를 타고 전남 순천에서 올라온 조민수는 피곤한 지 눈을 잠시 붙였다.

 

▲ 김형섭 박강덕-김대환 송재석. 김송페어는 기쁨조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영광이라고.

 

▲ 김희중 류인수,. 지난주 태백산정기를 받고 왔다.

 

▲ 임지혁 최호철. 역시 싱싱한 우승후보. 

 

▲ 이석희 문미열. 유일하게 시니어가 힘을 합쳤다.

 

▲ 대회 후원자인 김영돈 원봉루헨스 회장이(왼쪽) 김종수 프로, 한윤용 서울압구정팀 단장과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김회장과 한단장은 각각 류승희 송예슬과 짝을 이뤄 오후에 페어대국을 벌일 예정.

 

▲ 강지범프로-강순찬 부자페어.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badukilbo.com/news/view.php?idx=100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