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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1-18 21: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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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혈기우회 소석회가 곧 타이젬 동호회에 가입한다는 소식이다. 사진은 황금연휴동안 지리산계곡에서 가진 소석회 회원들의 하계모임 모습.


같은 취미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을 동호회라고 한다. 타이젬은 바둑을 매개로 만난 동호회의 천국 쯤 될 것이다. 여기 별난 동호회, 별난 기우회 한 곳을 소개한다. 그들은 곧 '동호회천국' 타이젬의 지축을 흔들 소지가 충분한 슈퍼동호회로 발돋움할 것 같다


웃을 소(笑)에 돌 석(石)이니, '웃는 돌'이란 뜻의 소석회.  소석회의 애초 출발은 타 사이트였다. 역시 그들도 오프라인 온라인 가릴 것 없이 모임을 17년간 갖다보니 여느 동호회처럼 시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진액들이 모인 동호회는 더욱 더 단단해져갔다. 그러다 전국에 퍼져있는 진액들을 모아서 아예 근사한 소석회라는 기우회를 만들었다. 

기우회로 출발했다가 동호회로 되는 순서가 일반적인데 반해서 출발부터가 이색적이다. 고 이광구 바둑평론가가 소석회의 작명을 했고, 그도 소석회 회원이었다. 벌써 예사롭지 않은 소석회의 풍모가 느껴지지 않는가.

소속회가 2박3일로 함양군 마천면에 위치한 지리산계곡에서 하계수련회를 가졌다. 한쪽에서는 점심때를 지나 도착한 회원들이 웅성웅성 옹기종기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북북 찢어발긴 빨간 김치를 흰 밥에 올려서 쓱싹 먹어치우는 모습이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원래 사람 수가 많으면 적당히 이렇게 끼니도 때우고 해야지요. 우린 대가족이라 뭐 별달리 특혜 받는 사람도 없어요. 프로사범님들도 아마 오실 건데, 다 들 알아서 놀고, 알아서 먹고, 알아서 자고 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두 명씩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든다. 게 중 박영찬 유건재 사범도 들어온다. 

'아니, 유사범님 여기 웬일입니까?' 
'진기자가 여긴 웬일이야? 난 여기 한 20년 되었는 걸.'

멀리 고양시에 거주하는 유사범은 친근하게도 5시간을 넘게 달려서 지리산계곡으로 기꺼이 함께 했다. "소석회 회원들과 우정은 20년 가까이 되었을 게야. 매번 이렇게 참석을 하는데, 나 스스로도 친정부모 생일이라 생각하지, 뭐 초대받았다고 생각하진 않아. 얘들은 다 내 식구야 식구. 허허."

 
▲ 일찍 당도한 회원들의 닭 백숙을 함께 들며 즐거운 회식.

하나 둘씩 차량이 도착할 때마자 이들은 거의 한국시리즈 선수 소개할 때처럼 환대가 극에 달한다.

 "문디 자슥! 너거 아들은 와 안델꼬 오노?"
"아, 가가 여적까지 놀다가 인자 고3이라고 공부한당께요."
"일단 앉으세유. (올림픽)축구는 한국이 이기겄쥬?"

전국 사투리가 다 섞여있다. 전국 팔도유람에 참석하는 이들은 100명 정도 된단다. 그들에게 특권의식은 전혀 없었다. 청주 제천 서울 부산 대전 광주 필리핀 수원 등 전국팔도에서 모인 가족이었다. 오래된 초등동창회 부부동반 모임 같은 분위기였다. 

소석회 100여명의 열혈동호인들은 서로 간 가족의 대소사도 직접 챙기며 그들의 아들 딸까지도 신경을 써주는, 그야말로 과거 대가족제도하에 살아가는 그런 정다운 사람들이었다.

"필이는 언제 오나? 부친상 후에는 첨인데…"
"필이는 오늘 비행기타고 오후에 인천 떨어지면 내일 오후에나 들어와요."

필리핀에 사는 필이를 마치 객지에 유학 보낸 아들 기다리듯 걱정한다. 필이씨의 아버님이 상을 일전에 당했는데 회원들이 단체 문상을 갔단다. 그 고마움에 필이씨는 이번 행사에 100만원의 천조금과 함께 직접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단다. 동창회보다 낫다는 생각이 이즈음에서 든다.

"아니 순대기자가 여긴 웬 일이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기자를 환영하는 이가 있었다. 순간 기자는 초면이라 좀 멋쩍었는데, 1초도 안되어 그와 찐한 포옹을 하고 말았다. "아 나가 타이젬 늘사랑샘터요. 샘터. 허구헌날 대화창에서 순대국 타령만 하더니 여기서 나랑 순대국 원 없이 퍼 묵어보세!"

회원 간 친목이 얼마나 단단한가 하면 회원들 사이에서 결혼한 커플도 몇 쌍이 되고 유건재 사범이 주례를 서 준 회수도 10여 번이 넘는다고 한다. 때마침 인천에서 사업을 하는 소항섭 씨가 유사범과 낮술 중에 사진 한 컷을 찍어달라며 벌떡 일어선다.

▲ 연어의 귀향같은 소석회 모임. 아버님의 제삿날 전국에 흩어진 가족들이 속속 큰집으로 모여드는 광경을 생각하면 딱 옳다.

소석회 모임을 귀띔해준 이는 평소 기자와 친분이 있는 내셔널리그 심재용 경남한림건설 감독이다. 그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우리 소석회에서는 내셔널리그 감독을 두 분이나 배출했다 아입니꺼? (본인과 화성시 감독인 윤창철 씨. 윤감독은 '미미'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그라고 이광구 씨도 좋은 친구였고, 좀 있으면 필리핀에서도 옵니더." 자랑이 대단했다.

'소림용재'라는 ID여서 '용재형'으로 불리는 심감독은 "소석회는 동호회 수준이 아니고 가족입니다. 모임 자체는 인터넷동호회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나이순대로 정렬되었으니 가족이죠. 지금 박영찬사범의 경우도 제가 몇 살 위이긴 하지만 '영찬이 이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죠. 아마 우리가 죽어도 소석회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들은 17년 동안 거의 같이 살다보니 허물이 없는 사이가 되었다. 말들이 많아지고 소리가 커진다 싶더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갔다. 날이 저물어감에 따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가축적인 분위기로 변한다. 상호간 호칭도 처음엔 '오라버니' '형부' '형님' 등 절친 모드에서 '임마' '썩을 놈' '가시나'로 점점 정글화한다.

기자가 동영상을 찍으려고 했으나 XX표시가 너무 많이 넣어야 할 정도여서 자막처리가 곤란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다들 평소엔 교수 병원장 사업가 등 고상한 위치에 있는 분들이지만,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같이 물장구를 치다보니 한번쯤 넘어서고 싶은 일탈 경계선을 왔다갔다 한다. 그 또한 가족이란 징표다.

50대 전후가 회원의 주류이며 45세 교수님이 막내요 총무였다. 이미 삼각팬티만 입고서 계곡에 몸을 던지는 순간 교수님의 권위도 벗어던졌다. 교수님이 난코스인 기우회총무를 맡고 있는 사연을 여기 빼먹을 수는 없다.

타이젬 5단의 제천 세명대 정보통신과 장영달 교수는 '평생 지은 죄'를 사하기 위해 총무가 되었단다. 이유인 즉, 소석회 회원 중 마스코트였던 '예쁜말숙이'와 평생가약을 맺은 죄(?)가 너무나 컸단다. 그래서 자신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물론이요, 10년간 총무로서 분골쇄신하라는 노예계약을 실천중이라고. 장교수는 '아마 곧 후배가 들어올 것 같다'며 10년 노예에서 해방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나.

▲ 타이젬 4단은 무난한 여걸들. 윤정운 이서연 박희숙 강미라 구진옥 씨.

눈썰미가 있는 타이젬 유저라면 아직 동호회마크도 새겨져있지 않는 동호회임을 알테다. 아직 이들은 타이젬 식구는 아니지만, 이미 많은 수의 열혈회원들끼리 타이젬에서 노닐면서 정을 붙였고, 이윽고 타이젬 동호회에 적을 두기로 내부 결론이 난 상태란다. 소석회가 타이젬 명문 동호회가 될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소석회는 이제 타이젬에 정착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많은 회원들이 타이젬에서 여가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고, 이 참에 타이젬 최우수 모범 동호회에 도전하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회원들이 마크를 달고 나타나면 반갑게 맞아주시길 바랍니다."

▲ 멀리 지리산 정상이 보인다.

▲ 이름모를 계곡에 어린이마냥 몸을 던진 아저씨들. 가운데 웃옷을 입은 이는 박영찬 프로.

▲ 계곡 물은 지리산답게 맑고 시원했다.

▲ 한바탕 물놀이 후 먹는 새참은 꿀 맛이었다. 왼쪽이 박영찬 프로.

▲ 안부를 서로 묻는 소석회원들.

▲ 식사 도중 카메라를 들이밀자,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회원들.

▲ 머리카락이 흰색인 회원들. "저희도 막내급입니다요!”

▲ '큰형' 유건재 사범이 당도하자 얘기 꽃이 핀다.

▲ 유건재 사범(오른쪽)이 주례를 봤다는 소항섭 씨와 한 컷.

▲ 맨 왼쪽 윤정운 씨가 소항섭 씨의 부인이다. 이서연 박희숙 씨.

▲ 해가 지자 하나둘씩 바둑판을 찾는다. 사진은 장영달 교수와 유건재 사범의 5점 대국.  

▲ 장교수(오른쪽)는 제천 세명대 교수이면서 소석회 총무를 맡고 있다. 그 옆은 장교수의 부인 '예쁜말숙이' 최정인 씨. 이번 모임에는 애석하게 못왔단다.

▲ 이들은 밤새 도착하는 회원들을 위해 바비큐 숯불에다 몇번이고 불을 붙였다.

▲ 새벽 4시 풍경. 심재용 경남한림건설 감독과 유건재 사범의 빅매치. 뒷쪽 푸른티셔츠는 타이젬 열혈회원 늘사랑샘터님.

▲ 이들의 대국은 날이 새도록 지속되었다. 처음부터 무박3일의 여정이었겠지만서도.

▲ 이미 소석회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기우회요 동호회였다. 사진속의 작은 인물들 중에서도 익숙한 얼굴이 간혹 눈에 띈다. '소석회 여러분의 타이젬 입성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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