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지네 가족이 성남에서 벌어진 대회장에서 다정하게 한컷! 12살 민지는 타이젬 ID '미인원숭이'로 6~7단을 오르내리는 바둑유망주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이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훌륭한 사람의 기준은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또 사회 속의 리더가 되는 등 현실적인 목표가 가미된 것일 테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받는 수많은 교육도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리라.
바둑을 목표로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길이다. 바둑시장이 아직은 탄탄대로라고 하기엔 모자라며, 바둑을 갈고 닦는 과정도 오랜 노고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바둑을 권한다. 요즘은 부모님이 바둑 문외한에 가까운데도 자녀들이 바둑에 재주를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아무래도 독학을 하던 과거보다는 비교적 바둑교육이 체계적으로 운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타이젬은 바둑을 시작하거나, 프로의 꿈을 가진 아이들에게도 참 좋은 트레이닝장이다. 어린이대회에서 만난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들은 하루일과표에 타이젬 대국을 몇 판 둔다는 스케줄을 잡아두는 케이스가 많다. 여기 '미인원숭이'라는 대화명을 가진 초등생 김민지(12)도 그런 부류 중 하나다.
▲ 미인원숭이 김민지(12)
타이젬에서 2년 전부터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민지는 바둑이 좋다. 바둑 아닌 다른 것은 관심이 가지 않을 만큼 바둑이 참 좋다. 그리고 늘고 싶다. 욕심에 비해 더디지만 늘어가는 모습이 또 기분 좋다.
기자는 작년 타이젬에서 바둑을 구경하다 우연히 5단 정도 되었던 민지를 알았다. 전주의 바둑교실을 다니다 최근 바둑도장으로 옮겼다는 얘기를 들은 후, 기자가 가끔 접속을 하게 되면 민지와의 '지도 아닌 지도' 대국도 가끔 이루어졌다. '과연 얼마나 실력이 늘었을까' 하는 호기심이기도 했다.
그렇게 타이젬에서만 바둑친구로 지내던 차에, 민지는 성남에서 벌어지는 전국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부모님과 상경한다고 했다. '아, 그래?' 기자는 문득 '나는유저다' 코너가 생각나서, 민지와 민지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길지 않은 바둑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 전국대회에 참가한 민지의 진지한 모습.
모두들 머리를 파묻고 수읽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 대회장 저편에 마련된 학부모 대기석에서 맘을 졸이며 지켜보는 부모는 애가 탄다. 바둑이란 것이 아는 분들에게는 그렇게 흥미로울 수 없지만, 지금 상황을 알 길이 없는 부모 입장에서는 도무지 적막강산이다. 그 대신 민지부모님도 눈치9단이다.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형세가 유리하구나 미세하구나하고 짐작하죠."
바둑소녀 민지가 전주 바둑도장을 다닌 것은 작년 8월이었으니 채 10개월이 안 된다. 바둑도장을 다닌다는 것은 바둑인이 되겠다는, 좀 정확히 말하면 프로를 지망한다는 뜻이다. 그 이전까지는 바둑교실에서 무려 5년간 기초를 닦았다. 그러니 12살 민지도 바둑경력은 자그만치 6년.
민지아빠 김호한(55) 엄마 소경란(48) 부부는 전주에서 대형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민지의 시합 때는 열 일을 제처두고 전국 어디라도 '운짱' 역할을 한다. 아직은 어린 민지가 부모님이 곁에 있어주길 원한다고 했지만, 어쩌면 '부모가 모두 너를 격려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 민지에겐 타이젬이 친구다. 바둑스케줄에서 타이젬 대국이 빠지지 않는다. 최근 민지는 7단까지 올랐다가 6단으로 도로 떨어졌다고.
민지는 그세 탈락한 것도 잊고서 기자에게 또 다른 자랑을 한다. "아저씨! 저 타이젬 7단도 올라봤어요. 두 달 만에 다시 미끄러졌지만요. 호호. 요즘은 도장에서 공부하느라 바빠서 자주는 못 둬요. 그래도 6단에서 승률이 좋은 편이에요."
기자가 타이젬에서 지역연구생 온라인리그전을 곧 개최한다고 하자, "그래요? 꼭 참가하고 싶어요. 실력이 될지 모르지만…." 하고 반긴다. 바둑판을 떠나면 영락없이 해맑은 소녀일 뿐이다.
민지에게 꿈이 뭔지 물어봤다. 민지는 부끄러운 듯 망설인다. "최정 언니 같은 프로가 되는 것?" 하고 기자가 거들어 주자, 금세 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 광경을 보던 민지부모님께 "(민지가) 내년에 입단하나요? 아니면 내후년에?" 하고 반쯤 농을 던지자, 금세 천기를 누설했다는 듯 "그런 비현실적인 얘기는 하지 마세요!"하고 손사래를 친다. 부모는 민지에게 부담을 주기 싫은 모양이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학업에 매달려있는 현실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바둑을 전공한다는 것은 불확실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부모의 막중한 역할일 터.
"끝까지 지켜볼게! 믿는다. 우리 김민지!"
민지엄마는 보란 듯 민지를 향해 기운을 북돋워준다. 아이가 행복한, 참 좋은 민지네 가족을 만나 보았다.
▲ 도장오빠들의 진지한 복기를 옆에서 경청하고 있는 민지(오른쪽). '최정 언니같은 일류 프로가 되는 날까지 타이젬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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