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0-01-10 13:43:31
  • 수정 2020-01-10 23:34:12
기사수정

▲ 김은지. 


작년 11월 최정이 우승을 거머쥔 오청원배의 차기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이벤트경기로 벌어졌었다. 중국의 우이밍(13)과 일본의 스미레(11) 두 천재소녀간 대결이었다. 작년 일본에서 특별입단한 스미레는 한국에서 수학한 소녀였고 우이밍은 재작년 입단하여 여자갑조리그에서 주장급 활약을 펼쳤다. 


차세대 중일여자대결을 보면서 ‘한국에도 그 못지않은 샛별이 있는데…’ 하고 생각이 들었다면 그는 바둑마니아일 테다. 


그랬다. 현재 프로인 그들이 1~2년 앞서가지만 한국에는 그들보다 충분히 윗길로 평가되는 ‘원조 영재’ 김은지(13)가 있다. 최정의 뒤를 이어 김은지가 한국여자바둑계의 기린아로 올라설 것이란 기대는 진작부터 받아왔다. 바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재소녀 김은지가 프로가 되었다는 따끈한 소식을 전한다, 


바둑일보를 꾸준히 접해왔던 팬들을 서서히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었겠지만, 드디어 10일 오후 1시경 입단관문을 통과했다. 제53회 여자입단대회 4강 토너에서 첫 상대였던 유주현을 물리치고 3명에게 허락된 티켓중 가장 먼저 1장을 거머쥐었다. 


▲ 10일 여자입단대회 입단결정국 김은지-유주현. 


김은지는 9세 때인 2015년 SBS 영재발굴단에 소개되어 대중에게 알려졌다. 안 그래도 천재들 소굴인 바둑동네에서 주변의 시선이 퍽이나 부담스러웠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는 차근차근 성장을 거듭하며 3학년 때 이미 초등 정상급 실력을 갖추었다. 초등 정상급은 프로에게 두 점 정도의 치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면 다 안다.


김은지가 초등시절에 어떤 대회를 우승했냐를 따져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너무 많다. 하나만 딱 얘기하면, 바둑인들 사이에는 그 어떤 대회보다도 인정받는 ‘맑은샘배’에서 3~5학년 시절 연속 3년을 우승했다. 사실 날고 기는 영재들이 판치는 바둑계에서 '연속 제패'라는 건 거의 없다. 그런데 3년씩이라니.


1~4학년까지는 저학년, 5~6학년을 고학년으로 분류해두었는데, 3,4학년 때는 저학년부 그리고 5학년 때는 고학년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때 그와 겨루었던 많은 언니 오빠들이 현재 연구생코스를 밟고 있는 중이다. 이미 김은지는 4학년 때 초등 수준을 넘어섰다.


김은지가 5학년이던 2018년은 초등을 떠나 여자성인대회까지도 섭렵한다. 4월 제1회 BnBK배 여자아마 연승최강전을 우승했고(그 대회가 진행 중일 때 이미 입단한 이단비와 도은교를 잇따라 꺾고 우승했다.) 또 6월 아마여자국수에 올랐고, 2019년에도 연속 제패했다. 실력으로는 이미 성인 여자대회를 나와야 하지만 초등생입장에서는 ‘눈치’가 보일 정도로 탁월한 기량이었다. 


▲ 수년 동안 그림자처럼 김은지를 케어한 어머니 김연희 씨와 함께.(2018년)


김은지는 ‘여자’ ‘초등생’이란 수식어를 떼어 놓고 봐도 대단한 '연구생1조'였다. 그보다 후순위의 여자연구생들이 대개 4~5조 정도 된다는 사실은 그의 실력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바로미터. 연구생 시절 여자가 1조까지 이르렀던 이는 십여년전 여자세계대회를 휩쓸었던 박지은이 유일하다. 박지은도 중2때 비로소 1조에 올라봤다.


시니어들의 수련도장임을 자처하는 압구정기원에도 많이 얼굴을 비췄다. 압구정에서는 김은지를 모두 응원했다. 그 결과 김일환 김종수 박승문 조민수 최호철 등 쟁쟁한 청룡조 시니어들 사이에서 김은지는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고 압구정 아저씨들은 열심히 스파링해주었고 열심히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후 지난 여름엔 압구정 여러 후원자의 도움으로, 허영락 임지혁 이정준 주치홍 이상빈 안병모 등이 주축이 된 내셔널리그 최강오빠들과 ‘희망21’이라는 주니어리그에서도 낄 수 있었다. 프로급 쟁쟁한 멤버들 속에서 하위권에 쳐질 것이란 예상을 깨고 10명의 리그 멤버들 중에서 3~5위에 입상하는 등 ‘마지막 목표’를 향한 준비를 마쳤다.


▲ 2018년 맑은샘배 결승전 모습. 김은지-임경찬.


김은지는 사실 2년 전부터 입단 0순위였다. 실제로 당시 입단대회에 나온 많은 유망주들 가운데도 가장 어렸던 김은지는 대신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 그리고 늘 8강, 4강까지는 잘도 치고 올랐다.


그러나 더 이상은 올라가지 못했다. 평소에 잘 이기던 상대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번번이 입단은 남의 잔치였다. 그래도 '나이가 어리니까 다음 기회가 있을 거야' 하고 다들 생각했다.


유독 입단대회만은 어려웠다. 지난달까지 영재입단대회 여자영재입단대회 등 꾸준히 입단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에겐 단호한 철벽과 같았다. 특히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작년 여자입단대회를 실패하고 난 후 김은지의 상심은 실로 컸다. 속속 자신의 뒤를 따라오던 언니들이 앞서서 입단하는 모습을 보면서 은연중에 트라우마가 생겨나기도 했다. 


▲김은지는 여자국수전에서 거푸 우승했다(2019년).


원조 영재에서 초등생 입단까지, 겉으로 보면 손 쉬운 행보같아 보이지만 나름의 시련이 꽤 있었다. 하지만 ‘시련’을 극복하지 않고 프로가 된 사람은 없으며 김은지도 결국 그 시련을 딛고 더욱 더 강해졌다. 드디어 올 시즌 마지막 입단대회에서 김은지는 드마라틱하게 입단에 성공하고야 만다. 


입단은 해마다 10여명이 성공하지만 김은지에게 입단은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자신에게 알게 모르게 덧씌워진 원조영재라는 껍질을 벗어냈다는 것이다. 즉, 부담을 덜었다는 것이다.  부담을 던 김은지의 폭발력은 과연?


최정의 뒤를 이어 한국여자바둑의 간판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어쩌며 '한국여자바둑'은 작은 목표일 지 모른다. 한국바둑의 기대주로 쭉쭉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김)은지는 이미 세계바둑계를 좌지우지할 기재입니다.(4년전 스승 장수영)"


▲ 우리는 동기들! 박소율 유주현 김은지.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badukilbo.com/news/view.php?idx=154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