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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27 19:00:45
  • 수정 2019-01-28 08: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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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다 바둑아!' 성남 대진고체육관에서 400여 꿈꾸는 기객들이 출전한 가운데 제251회 한바연 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임시주차장인 경기 성남 대진고 운동장은 오전9시부터 차량으로 붐비더니 30분쯤 흐르자 꽉 찼다. 차량진입로만 제외하고 운동장을 가득 메운 차량행렬에도 불구하고 주차요원이 단 1명도 배치되지 않았다는 것만 보아도 대략 짐작이 되었다.

 

다들 알아서 차를 대고 알아서 아이들을 대회장까지 인솔한다. 그리고는 약속이나 한 듯 체육관으로 들어서더니 알아서 접수창구에 줄을 서고, 각 조별 엑스배너만 보고도 자기 자리를 알아서 찾아간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일요일을 반납한 학부모들도 알아서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유치부부터 더러는 몸집이 꽤 큰 중고생 기객까지 무려 400명이다. 거기다 학부모 각 학원 사범까지 합치면 대략 600명인 운집했다. 아마도 겨우내 대회에 굶주렸던 탓인지 평소보다도 더욱 붐볐다.

 

27일 오전 10시 성남 분당대진고체육관에서는 제251회 한바연 대회가 새해 첫 대회가 열렸다. 훗날 한국바둑계를 이끌고 나갈 주역이 되기 위한 수련생들이 ‘한바연’ 기치 아래 모였다.

 

한바연은 실력으로는 연구생 아래그룹이며, 세다는 인터넷사이트에서 3단~9단 실력이 되는 유망주들이 득실대는 한국바둑의 젖줄이다. 1995년 첫 삽을 뜬 ‘한바연’은 ‘한국바둑발전연구회’의 줄임.

 

▲ 늘 간단한 개회식에서 전 대회 우승자들에 대한 시상식이 벌어진다. 시상식을 제외하면 개회식이라고 해봐야 2분 남짓 진행된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원활한 대회를 위해 할애된다.

 

오늘 대회는 무려 251회. 년 10회 정도 대회를 치르니 어언 24년째가 되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바연을 거쳐 간 프로들은 박지은 박영훈 강동윤 나현 이동훈 신민준 등 무려 150명을 상회한다. 2000년 이후엔 한바연을 거치지 않은 프로들은 없다고 보면 될 터.

 

한바연을 연구생 아래그룹이라고 절대 얕보면 안 된다. 얼마 전 일본에서 특례입단한 스미레(10)는 한바연 최강조와 연구생을 오르락내리락 거렸지만 최강조에서 우승 맛은 보지 못했다. 또한 작년 최강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대전 유창주는 곧바로 지영영재입단대회를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충암도장 조국환 김정렬 원장, 산본진석도장 성기정 원장, 장수영도장 박병규 김은선 사범, 대전 옥득진 사범, 분당유창혁도장 김만수 사범, 한종진도장의 이주형 사범, 양천대일 김희용 원장. 그리고 강원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김성래 문효진 사범도 최근 부쩍 발길이 잦다. 그 외 기자가 미쳐 다 만나지 못해 언급하지 못한 사범들이 섭섭해하리라.

 

▲ 올해 처음으로 벌어지는 한바연대회인지라 전국 각지에서 바둑이 고픈 400명의 기객들이 운집했다. 평소보다 100명이 늘어난 수치라고.

 

작년 문경새재배에서 우승한 유병용 프로는 최근 경기 하남에서 강병권 프로와 힘을 합쳐 유&강 바둑학원을 개설했는데, 오늘 처음 대회장에 나왔다. 유병용 사범은 “여기 오니까 전국의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다 모여 있으니 살벌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웃음). 한편으로는 이렇게 경쟁적으로 열심히 하니까 사범들도 학생들도 자극을 받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 팀이 눈에 들어온다. 강원연구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성래 프로는 “1주일에 한 번씩 영월에서 모인다. 강릉 춘천 영월 원주 정선 등 지역적으로 멀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토요일엔 산본진석도장에서 교류전을 하고 연이어 한바연에 출전했다. 강원바둑이 각종 대회도 늘어나고 있어 두각을 나타낼 시기가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고 강원소식을 전했다.

 

또 강릉에서 후학을 키우고 있는 내셔널강자 문효진 사범은 “강릉은 지리적으로 멀다보니 한바연대회에 참가를 꺼려왔지만, 작년부터 4명의 선수를 이끌고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아무래도 인재가 다 모이는 한바연에서 겨루다보면 강릉아이들에게도 자극이 되고 부모님들도 만족하신다.”며 최근 아이들이 자신감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 한바연을 이끄는 사람들. 진동규 이현호 심판위원, 한국중고바둑연맹 김희용 회장, 유재성 사무국장, 박병규 부회장.

 

이번 한바연 대회는 최강조와 1조~10조, 그리고 한바연에 들기 위한 선발조까지 총 12개 조 경기가 벌어졌다. 오전 두 판, 오후 세 판 등 하루 다섯 판을 두는데 철저한 승강급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각조 성적상위자 8명은 승급하고 1승자와 전패자는 강급이다. 또한 선발전에서는 5승자와 4승자는 9조, 3승자는 10조에 편입된다.

 

이에 대해 한국중고바둑연맹 유재성 사무국장은 “누적된 경험치를 토대로 철저한 기력관리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도자 학부모 학생들 모두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최강부 성적 우수자에게 소정의 장학금 수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바둑발전연구회’가 한국중고바둑연맹의 모태가 되었다. 중고바둑연맹을 2년간 재차 이끌게 된 김희용 회장은 “아이들에게 즐겁게 바둑을 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역점을 둘 생각이다. 오랜 세월동안 발전해온 한바연을 지속적인 성장모드를 유지하는만 해도 중고연맹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바둑이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도 들리는 이즘이지만, 최소한 한바연 대회를 한번이라도 느껴 본 사람이라면 전혀 그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느낄 테다. 오늘 대진고체육관은 어린 기객 400명이 내뿜는 열기로 봄이 일찍 왔음을 피부로 느꼈다.

 

관심을 모은 최강부 우승은 강력한 입단대회 1순위인 대전 김영광이 5전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 외 한바연 251회 전적표는 기사 하단에 게재합니다.

 

▲ 최강조 경기가 40명의 기재들이 출전한 가운데 한창 열기를 지피고 있다.

 

▲ 4조 박건-오승주.

 

유병용과 강병권 프로의 유&강바둑학원에서 처음 출전한 서지산(6조). 처음 낯선 분위기 탓인지 2패를 거푸 기록하더니, 점심 후 오후대국에선 세 판을 연달아 이겼다.

 

▲ 대구출신의 두 기재가 한바연에서 공교롭게 만났다. 1조 김민서-강태우. 김민서는 연구생이지만 연구생리그가 없는 틈을 타 트레이닝 삼아 출전하여, 5전전승으로 조 우승을 차지했다.

 

▲ 1조 윤라은-이정은.

 

▲ 한종진도장의 이주형 사범이 학부모 권효진과 대화하고 있다. '학부모의 고충을 알려나? 사범의 고충을 알려나? '

 

▲ 권효진 프로는 딸 악지우(5조)를 위로 하고 있다. 첫판을 패했던 모양이다. 역시 엄마의 격려탓인지 이후 4판을 모두 이겼다.

 

▲ 1조 경기 홍승우-최민서.

 

▲ '절친도 승부를 피할 수 없다!' 최강조 이우주-고윤서.

 

▲ 한바연 선발조 경기 모습.

 

▲ 한국중고연맹 김희용 회장이 최강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맨 오른쪽은 지역영재입단대회에서 선배 이우람에게 아깝게 밀렸던 한국바둑중1 박동주.

 

▲ 고양의 곽웅구 사범이 짬을 이용해 원생들에게 복기를 해주고 있다.

 

▲ 한바연은 수업의 연장 선상이다. 이긴 쪽이든 진 쪽이든 미리 미리 기록을 해두는 것은 흔한 광경이다. 옆자리에는 대국이 한창 진행중이다.

 

▲ 다음 대국에 들어가기 이전 진행요원(빨간 조끼)이 대국순번을 정해주자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잡는 등 한바연대회는 대회 진행과 운영에서 모범을 보여준다.

 

▲ 바둑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대회인 만큼 도장사범들과 학부모들도 질서정연하게 관전하고 있다.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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