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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2-09 21:47:43
  • 수정 2018-12-09 22: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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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문, "나는 압구정 왕중왕이로소이다! "

 

“도장에서 아이들 지도를 다년간 맡다보니,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져서 압구정에 나와서 공부 겸 승부를 맛보려고 했다. 리그에 출전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선배님들을 뒤로 하고 우승을 차지해 무척 기쁘다. 압구정을 후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2018 압구정왕중왕전은 결국 프로 박승문(54)이 차지했다. 십 수년 째 양천대일도장에서 수석사범을 맡아 수많은 프로를 만들었던 조련사 박승문 프로는 최근 압구정리그에 나와서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런 그가 운좋게 처음 참가한 압구정왕중왕전에서 패권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300만원.

 

2016년 시니어바둑리그에서 다승왕을 차지했던 박승문는 우승 트로피는 오랜만이란다. 기자가 기억을 되돌려보라고 채근하자, 20대 때 아마대왕전에서 우승한 이후 처음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 8강전 개시 모습.

 

한 겨울 추위를 톡톡히 느꼈던 주말(8,9일) 동안 서울 압구정기원에서는 2018 압구정왕중왕전이 벌어져 불꽃 튀는 접전으로 바둑선수들에겐 추위를 느낄 새가 없었다. http://www.badukilbo.com/news/view.php?idx=1111 압구정 첫날 표정 바로가기

 

총 44명의 시니어 건각들이 출전해서 어제 8강까지 가렸고 오늘(9일) 8강전부터 개시했다. 8강에 올라온 얼굴은 양창연-권병훈, 박승문-박성균, 조민수-최호철, 김종수-김희중. 프로2명과 전직 프로 1명이 끼어있다.

 

대회 첫날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둘째 날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좀 더 기온이 내려간 탓도 있겠지만, 8강전이다 보니 우승컵이 아른아른하는 높이까지 와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기원도 나름 A석을 비워두고 아침10시부터 대국자를 기다렸다.

 

▲ 압구정리그 최고승률왕끼리의 혈투. 8강전 김희중-김종수.

 

 ▲ 압구정리그 신입회원 박승문 프로와 맹장 박성균의 8강전.

 

압구정기원의 문을 열자 세 판만 벌어지고 있었다. 이유는 이랬다. 권병훈-양창연 두 선수는 전주의 선후배. 그 중 양창연은 아들 쌍둥이에 어린 딸을 같이 양육중인데, 이들을 혼자 돌보는 아내가 걱정되었던 것. 그래서 8강전을 당겨 치르고, 만약 진다면 저녁차라도 내려가려고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어젯밤 늦게 8강전을두었다고. 권병훈이 이겼단다.

 

박승문-박성균, 조민수-최호철, 김종수-김희중. 이 대결에서 조민수가 먼저 승리했고 전직 프로 김희중이 '싱싱한' 시니어 프로 김종수를 꺾은 것은 살짝 의외였다. 다음 맹장 박성균을 조용히 물리친 박승문이 4강에 합류했다.

 

4강은 박승문-권병훈, 조민수-김희중. 여기서 잠시, 프로와 아마가 맞붙을 때는 아마가 흑을 들고서 덤을 1집반 제공하는 로컬규칙이 있다. 박승문은 초반 상변에서 요석을 잡으면서 때 이르게 우세해졌고, 조민수는 김희중과 난타전 끝에 결국 압구정의 거두 김희중을 제압하고 결승에 합류했다.

 

▲ 압구정 터줏대감끼리의 혈전. 4강전 조민수-김희중.

 

결국 압구정 터줏대감 조민수와 압구정 초보 박승문의 결승 대결로 압축되었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박승문 프로는 예의 형세판단에 균형이 잡혀있고 차분한 수읽기가 강점이다. 익히 알다시피 조민수는 터프한 스타일. 승부는 중반의 고빗길이었던 하변전투에서 결정되고 말았다. 조민수의 백 불계패.

 

여기서 이상한 점은 조민수가 백을 들었다는 것이다. 조민수는 아마에게 다소 유리한 규정을 택하지 않았다. 전통의 압구정리그의 맥을 잇는 의미에서 호선으로 경기에 임했던 것. 압구정리그에서 김희중과 조민수는 성적이 매우 우수한 편으로 청룡조(1조)이며 박승문은 신입으로 백호조(2조). 따라서 압구정 청룡조의 자존심으로 호선을 신청한 것.

 

대회를 마치고 선수단 전원 저녁만찬과 함께 시상식이 있었다. 우승 300만원, 준우승 120만원 3,4위 각 60만원, 5~8위 각 30만원, 9~16위 각 2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 최호철.

 

▲ 조민수.

 

▲ 권병훈.

 

▲ 김희중.

 

▲ 박승문.

 

▲ 압구정리그의 든든한 후원자인 한윤용 WH솔루션 대표(오른쪽)와 원봉루헨스 김영돈 회장이 '바둑의 성지' 압구정기원에서 내셔널리그에 출전하는 양팀 감독과 함께 페어대국을 하고 있다. 뒷 줄은 김종수 프로(압구정)와 김일환 프로(원봉루헨스).

 

▲ 천상 바둑인 아니랄까봐, 나이가 60에 다다라도 이들은 틈만 나면 바둑을 복기하며 연구한다.

 

왕중왕전 결승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다들 압구정리그에 열중하고 있다. 맨앞이 조민수-박승문의 결승전.

 

▲ 그 동안 결승전이 끝났다. 박승문 프로가 흑 불계승.

 

▲ '압구정리그 초보' 박승문 프로가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후원자인 한윤용 대표가 주는 상패를 받고 있다. 모든 친구들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 정겹다. 압구정은 늘 이렇다.

 

▲ 압구정리그는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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