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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2-08 22:36:36
  • 수정 2018-12-09 07: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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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게 살냄새 나는 바둑광경이겠지요.' 허정식-김우영 경기를 빙 둘러서서 관전하는 바둑친구들. 좌측부터 김종수 김희중 이철주 장부상 이용식 등의 얼굴이 보인다.

 

압구정(狎鷗亭)-.

희롱할 압(狎), 갈매기 구(鷗). 정자 정(亭).

압구(狎鷗)는 세상사 모두 잊고 갈매기와 벗하며 지낸다는 뜻이란다.

 

조선 초 수양대군을 왕(세조)으로 만든 핵심 인물 한명회의 호가 압구정이다. 현대아파트로 대별되는 강남 부의 상징이 압구정이다. 성형외과가 가장 밀집된 곳도 압구정. 뭐, 대략 이런 정도가 압구정을 연상하면 떠오르는 말들이 아닐까 싶다.

 

도대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압구정에 압구정기원이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곧장 기원 간판이 크게 보인다. 사실 간판은 크지만 잘 찾아야 보인다. 한국기원 압구정지원이다. 한국기원 지원 제도가 없어진 지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압구정지원 간판을 달고 있다. 그만큼 오래된 기원이라는 뜻이다.

 

코와 손발이 유난히 시렸던 주말 이곳 압구정이 아침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 압구정역 3번 출구 주변 상가.

 

다시 압구정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국최고의 동호인리그 압구정리그에서 한 해 동안 성실히 경쟁하고 우정을 나눴던 시니어 강자들을 한데 불러 모아 8,9일 이틀간 서울 압구정기원(원장 장시영)에서 제2회 압구정왕중왕전을 펼치게 된 것.

 

이 대회는 1년 동안 지속되어온 압구정리그의 순항을 격려하고 출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압구정리그의 든든한 후원자인 WH솔루션 한윤용 대표가 대회를 적극 후원한 전국시니어대회다.

 

내셔널 압구정 단장이기도 한 한대표는 압구정여자최강전이 9회 째를 맞는 동안 시니어들을 위한 대회가 없음을 안타까워하여 별도의 시니어대회를 개획해서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왕중왕전이 치러지게 된 것. 대회 우승상금은 300만원이며 16강에 들면 소정의 상금이 있다.

 

압구정의 이름을 걸고 열리는 대회는 전국대회 부러울 게 못된다. 연중무휴로 벌어지는 압구정리그전 이외에도 압구정여자최강전, 압구정왕중왕전, 압구정동호인최강전 등 정기적인 대회만도 서너 개가 될 정도. 물론 압구정의 후원인들이 여는 부정기적인 대회는 계산이 넣지 않았다.

 

 

멀리 순천에서 조민수, 전주에서 권병훈 양창연, 의정부에서 유경성, 이철주는 수원에서, 김동근 박성균는 충남에서 어김없이 일찍 도착한다. 역시 '집이 먼 학생들이 도서관 자리를 잡는다'는 말처럼 집이 먼 쪽이 결석은 할 지언정 지각은 안한다.

 

전주에서 새벽차를 타고 올라온 권병훈은 “압구정왕중왕전에 초대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영광이다. 한판을 열심히 두어볼 수 있는 무대는 압구정리그가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대회 출전을 반겼다.

 

25년 전부터 압구정을 출입하게 된 정대상 프로는 “압구정은 특히 시니어들에겐 고향 같은 곳이다. 과거엔 이런 이벤트 대회가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후원해주시는 분이 참 많아졌다. 시니어들도 계속 공부하게 된다.”고 말했다.

 

후학에게 바둑을 지도하는 허정식은 “압구정에 나온 지 5년 정도 된다. 우리같은 강1급들은 바둑을 담금질 할 데가 없다. 따라서 주말마다 빠짐없이 리그전에 몰입하곤 한다. 이런 대회에 불러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 말했다.

 

대회 총괄진행을 맡고 있는 압구정리그 김정우 총무는 “총 44명의 출전선수 면면을 보면 압구정리그의 오늘을 있게 한 주인공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이 곧 한국 시니어 바둑을 이끌어가는 오랜 기둥들이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 오전부터 압구정은 열기를 뿜어낸다.

 

김종수 김일환 정대상 박승문 김희중 조민수 최호철 박윤서 김정우 김우영 김동근 이철주 최진복 서부길 심우섭 김동섭 장시영 김경래 권병훈 김세현 박성균 양창연 양덕주 임용균 임진영 김재일 채영석 조병철 최욱관 양세모 안재성 김종민 유경성 이용식 허정식 김용기 임동균 장부상 김동수 노상호 장혁구 장병목 김형섭 김종민 (총 44명)

 

총 44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예선은 4명 1개조로 더블 일리미네이션으로 치르고, 22명을 선발하여 16강 직행조와 24강 토너먼트로 한판 더 승부를 결해서 16강에 오르는 조를 구별하였다.

 

프로는 김종수 정대상 박승문 김일환 등 4명이 참가했는데, 프로와 아마가 만나면 아마가 흑을 들고 1집반을 공제한다. 따라서 호선에 비교하면 프로가 5집의 핸디를 안은 셈이다. 평상시 압구정리그에서는 흑 2집반이 공제지만, 아무래도 아마측이 조금 부담이라는 여론이 있어 1집을 더 늘렸다.

 

이번 대회는 최다 7판을 두어야 우승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첫날 스코어보드는 어떻게 채워졌을까.

 

▲ 김종수-이철주.

 

뚜껑을 열자 바로 ‘치열본색’이 드러났다. 현역 프로들이 아마맹장에게 조금 앞설 줄 알았지만 꼭 그게 아니었다. 김종수 정대상 김일환 박승문 등은 조별 예선을 시작하자마자 1패씩 얻어맞았다. 박승문은 안재성, 김종수는 장부상, 정대상은 박성균, 김일환은 권병훈에게 1패를 안고 험난한 예선을 시작했다.

 

먼저 1패를 안았긴 하지만 이후엔 다시는 실패 없이 계속 이겨 예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두 번째 고비는 또 왔다. 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했더라면 16강에 직행할 것을, 1패를 안은 다음은 24강전이라는 ‘새끼조’를 한 번 더 거쳐야 했다.

 

결국 정대상은 박윤서에게 일격을 맞고 아예 16강에 들지 못했고, 김일환은 같은 프로 박승문에게 패퇴해 역시 탈락. 반면, 시니어 강자 이철주 장시영 서부길 김경래 임용균은 예선에서 파고를 넘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 시니어 김재일이 연구생 출신의 임용균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예선을 통과했다.

 

8강 대진을 보면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전주에서 새벽차로 올라온 양창연 권병훈은 나란히 16강에 들었다. 그러나 16강 다음 피차 만나게 되어 동향상잔의 비극을 맞보아야 한다. 또한 차분하고 학구적인 기풍의 박승문과 박성균도 퍽 어울리는 매치 업이다.

 

또 압구정 터줏대감들은 한쪽 조에 몰렸다. 김희중 전직 프로와 김종수 현직 프로의 한판 승부도 볼만하다. 평소 압구정에서도 먹이사슬 젤 위쪽에 위치한 두 사람의 불꽃 튀는 승부가 기다려진다. 또한 조민수-최호철 간 빅 매치도 관심증폭.

 

어떤가. 내일 오전10시 8강전이 기다려지지 않는가. 이 모두를 직접 보고 싶다면 그냥 서울 압구정기원으로 구경 오면 된다. (압구정기원 원장 장시영 02-547-6145)

 

오늘은 첫날 소식을 사진으로 전한다.

 

▲ 주말 아침부터 압구정기원은 대회를 치를 준비가 다 되어있다.

 

▲ 오전 8시부터 대회를 소풍마냥 기다렸던 이들은 대회 추첨을 실시하고 있다. 벽에 걸린 시계가 오전9시5분을 가르킨다.

 

9시30분 정확하게 경기를 시작한다. 이들은 대회 진행에 관해서는 이미 프로여서 알아서 척척 착석하고 알아서 척척 계시게도 돌보았다. 

 

 ▲ 김일환-권병훈.

 

▲ 박성균-정대상. 이 대국에서 정대상 프로가 '물을 먹었다.'

 

▲ 박승문-안재성.

 

▲ 최호철-심우섭.

 

김동수-최욱관.

 

▲ 김세현-김동근.

 

▲ 압구정기원 원장 장시영-조민수.

 

▲ 압구정리그 총무 김정우-양창연.

 

▲ 양덕주-박윤서. 이들은 예선에서 두판을 붙었고 1승1패를 기록했으나 박윤서가 예선 통과.

 

▲ 김종수-조병철. 아슬아슬했으나 1패를 안고 있던 김종수의 기사회생.

 

▲ 대학선배 조병철의 복수를 위해 나타난 임진영. 그러나 결국 김종수 프로에게 패하고 말았다.

 

▲ 조민수-김동섭.

 

▲ 장시영.

 

▲ 김종수.

 

▲ 임동균. 출전자 중 김희중과 함께 최고령(1950년생).이다.

 

▲ 내셔널 감독에서 선수로 양덕주.

 

▲ 조민수.

 

▲ 허정식(왼쪽)은 일찍 떨어졌고 김희중(오른쪽)과 박성균(관전)은 일찍 올라갔고. 기다리는 동안 장기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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